자유게시판
이상범김미숙선교편지
떠나오기전 목사님 가정과 교제하면서 그동안의 애씀과 눈물..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을 들으며 떠나오는 저희 가정에게 많은 격려가 되었습니다.
개척자의 심정으로 저희는 이곳에 잘 정착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몇개월간의 이야기들을 편지로 담아보았습니다.
떨어져있지만 저또한 기도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그분안에서 형통하시길 소망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붉은 꽃 흰꽃되어”
•새로운 시작
까맣던 밤사이를 비집고 소리 없이 다가오는 파릇파릇한 새벽이었나 봅니다.
잠에서 막 깨어난 셋째, 가을이가 갑자기 “엄마~ 중~구! 중~구...”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중~구’라는 말을 되풀이 하는 겁니다. 잘 들어보니 ‘중~구’라는 말은 ‘중국’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가을 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가을아! 중국? 중국에 왔어?”
“어~! 중~구.. 비~~잉, 비~~잉”
이번에는 손짓으로 비행기 흉내를 내었습니다. 그때가 저희가 이곳에 온지 꼭 두 달되는 날이었습니다. 두 달 만에 가을이도 지금 사는 곳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았나 봅니다.
보이는 모든 세상이 낯설기만 한 가을이의 조그만한 동공으로도 예전과는 분명 많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늦게 서야 알았던 모양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그렇게 천천히, 때로는 더디게.. 이곳의 언어와 생활, 문화의 낯설음과 함께 묻혀 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흔들림 속 기다림
시작은 늘 흔들림의 옆에 서 있나 봅니다.
저희가 사는 곳은 청도시내가 아닙니다. 택시로 40분 거리 쯤 떨어져있는‘청양, 호우티엔’이라고 하는 작은 촌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거의 없는 작은 동네입니다.
매년 8월이면 중국 현지 학교가 1학기를 준비하면서 입학생을 받습니다. 가람이는 2학년에, 가은이는 1학년에 각각 입학수속을 어렵게 잘 마쳤습니다. 6월~8월까지 3개월 동안 1학년 어문(국어)교과서를 학원에서 공부했으나, 아직 둘 다 중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둘째딸, 가은이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울면서 학교에 갑니다. 수업시간에도 혼자 울고, 학원에서는 화장실에 가서 문 닫아 놓고 울고 나옵니다.
집에 온 가은이의 가방을 열어보면 손수건이 다 젖어있고, 눈물을 닦은 휴지로 가득합니다.
이곳 학교는 아침 7시까지 학교에 등교해야 합니다. 7시 30분에 수업을 시작해서 오후 3시에 수업이 끝납니다. 수업이 끝난 후 곧바로 학원차를 타고 학원에서 따로 3시간 보충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집에 오면 6시30분쯤 되고, 저녁을 먹은 후엔 다시 그날 숙제를 합니다.
어느 날은 집에 와서 우는 가은이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가은아! 뭐가 가장 힘들어?”
“중국 학교 교실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게 너무 힘들어.. 꼭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이야”
“또? 뭐가 힘들어?”
“화장실에 가는 거.. 냄새나고 더러워서 화장실에 가기 싫어, 선생님도 너무 무섭구”
“그랬구나.........”
이번 주 부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2학년에 신나게 다녔던 가람이도 눈물 바람입니다. 학교에서 엄마, 아빠가 보고 싶고 눈물을 참으려고 컵에 물을 많이 마셨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안아주며 기도해 주지만 아침이면 늘 시무룩한 표정으로 집을 나섭니다.
무거워 보이는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흔들리곤 합니다. 아이들에게 너무 큰 짐을 맡긴 것은 아닌지.. 오늘은 잘 참고 견딜 수 있을지.. 학교를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때론 심한 흔들림의 파도가 되어 다시 부딪혀 옵니다. 궂이 흔들리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기다려주고 싶을 뿐입니다. 흔들리고 있으나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을 기다려준다면 언젠가는 앞에 놓인 자신의 벽을 깨뜨리고 달려갈 수 있겠지요..
•비움과 누적
매일 매일 비움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말씀 앞에 저를 세우고 그의 임재 앞에 나아감으로 현실의 담벼락이 쳐놓은 안목의 거미줄을 걷어내곤 합니다.
3차례 사역의 제의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날개를 접을 때요, 비상을 준비할 때이며, 끝없는 비움을 통해 앞서 행하시는 그분의 손길을 조용히 지켜보아야 할 때임을 알기에 과감히 거절했습니다.
대신에 중국어를 공부하는 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매주 중국어 성경구절을 암송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오후시간에 중국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시장 보는 일, 동네 아이들 엄마들과는 어렵지 않게 간단한 회화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6월1일부터 중국어를 시작하여 이제 3개월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먼 길이지만, 기도해 주신 덕분에 수업시간에 하는 모든 말들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고온이 일정시간 반복 누적되면 딱딱한 고철도 뜨거운 액체로 변하는 것처럼 언어도 누적이라 생각합니다. 낯 설은 중국어를 소리 내어 낭독하고, 경청하며, 말로 표현하는 것이 반복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자연스런 언어가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목표가 생겼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중국어 HSK(중국어능력시험) 9급(고급)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요즘 안으로는 비움으로, 밖으로는 누적의 발걸음을 쉬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 성경을 가르쳐 주세요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가까운 가정교회에서 주일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공장건물 2층에 조그만한 예배당으로 꾸며놓은 전형적인 처소교회였습니다. 100여명 정도가 모여 예배드리는데, 벌써 5번이나 중국공안당국에 폐쇄조치를 당하고 옮겨 다녔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아픔과 한계점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의 많은 가정교회는 여전히 순수하고 하나님의 심장속에 있는 교회입니다. 목이 쉬도록 설교를 하고 내려오는데, 그곳 담임교역자가 제 손을 붙잡고 말합니다.
“선생님! 우리에게 성경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 짧은 한마디가 계속 가슴에 남았습니다.
3주전에 이곳 산동성 뿐만 아니라 중국 내륙 쪽에서도 많은 사역을 하고 있는 분의 생생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1년 전에 예수님께 미친 한 자매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걸고 복음을 전하며 가정교회를 몇 개나 일으킨 헌신된 자매인데, 한번은 마음이 동하여 생활비를 돕고 싶다는 말을 하자 단번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선생님! 나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오셔서 성경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 한마디는 지금 중국교회의 절실한 필요가 무엇인지를 잘 담아낸 표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를 중국교회의 ‘주인’으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아픔과 고난을 함께하는 ‘친구’로 부르셨습니다. 내년부터는 중국어로 된 성경교재를 만들어서 사역이 시작될 때, 현지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일에 사용하려고 합니다.
•철부지
뜨거운 태양아래 몸살을 앓았던 대지가 하늘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서서히 기운을 차리는 것 같습니다. ‘철’이 바뀐 것이지요.
철이 바뀔 때면 사람보다 이름 없는 풀벌레나, 조용히 서 있는 나무들이 더 빨리 알아차리는 듯합니다. 그네들은 날짜를 볼 수 없어도 더 빨리 ‘철’의 변화를 알고 준비합니다.
‘철부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철을 구별하지 못한다’‘봄,여름,가을,겨울..계절의 변화와 때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보이는 때를 분별할 수 있다고 해도 인생의 때와 하늘의 때, 그 특별한 계절을 분별할 수 없다면 그것 또한 철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도해주십시오. 이 땅에 서서 하늘의 때와 계절을 분별할 수 있는 종이 되고 싶습니다.
•두손 모아 주세요
∘중국어를 잘 습득하고 탁월하게 구사하도록.
∘가람, 가은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족 모두가 건강할 수 있도록.
∘성경교재 번역 작업들이 잘 준비될 수 있도록.
2009년 9월 13일
중국에서 이상범,김미숙 (가람,가은,가을) 올림
“선교는 훌륭한 계획보다
주님의 눈물을 따라가는 것이다.”
